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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D] 개발 소모임 커뮤니티 BDD를 만들게 된 과정

Amaranth2023년 11월 18일

나의 동기

올해 2월부터 참여했던 우아한테크코스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다른 크루들과 달리 학교가 3학기나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남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우테코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저는, 학교에 돌아가서도 프로젝트를 이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제 손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성공한 경험보다 실패했던 경험이 더 많았고, 지금까지 겪어왔던 실패의 원인을 찾아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팀에 동기부여가 부족해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된 적도 있었고, 스스로 스케줄 관리에 실패해 개인 프로젝트를 중단한 적도 있었습니다. 혼자 많은 책임을 지다 번아웃이 와서 결국엔 팀에 민폐를 끼친 경험도 있습니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는 열망은 커져갔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우테코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학습 문화와 협업 문화를 다른 사람들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테코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인지 저는 캠퍼스 곳곳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기술토론을 하고 있는 크루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진정으로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테코에서는 팀 문화와 협업과 관련된 다양한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어서,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우테코에서 팀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즐거웠고 팀 활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우테코에서 이런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마다 '이 좋은 걸 나만 경험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계기

실행에 옮기다.

저에겐 함께 백엔드 개발자를 지망하는 동기가 둘 있는데, 두 사람은 저의 우테코 이야기를 매우 흥미로워 했습니다. 우테코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8월 경, 저는 간만에 학교를 방문해 팜과 보름을 만났습니다.

저희는 카페에 앉아 이상적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저희 셋 모두 경험에서 비롯된 각자의 고충이 있었고, 이상적인 팀(공동체)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막연히 '그냥 우리가 동아리(소모임)를 만드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고, 둘은 열렬한 참여 의사를 보였습니다.

사실 동아리를 직접 만드는 것은 이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는데, 혼자 프로젝트를 이끌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분담할 수 있는 '임원진'을 구성한다면 예전처럼 많은 부담을 질 필요도 없었고, 혹여나 제가 사정이 생겨 갑작스레 부재하게 되더라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 날 저희는 단톡방을 팠고, 그것이 BDD의 시작이었습니다.


프로젝트 경험도 경험이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개발 문화'를 공유하고 싶었던 목적이 컸기 때문에 단발성 프로젝트를 위한 모임이아니라, 장기적인 교류 활동을 염두한 소모임(커뮤니티) 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우여곡절

소모임의 체계를 잡아가다.

하지만 소모임을 만드는 것은 생각했던것보다 까다로운 일이었습니다.

당장에 사람은 어떻게 모을지, 모집 조건은 어떻게 세울지, 인원 비율은 어떻게 정할지, 어떤 내부 규칙을 세워야 할지, 팀 블로그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제가 도입하고자 했던 개발/협업 문화를 어떻게 녹여낼지 등등 결정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았습니다.


게다가 단톡방을 만들고 나서 공식적인 회의를 갖지 않으니 각자의 일정에 치여 소모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겨울방학 전까지 사람을 모아서 프로젝트를 준비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단 1시간만큼은 운영진 회의를 열어 소모임의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회의 때마다 지난 문서들을 뒤적거리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셋이 돌아가면서 서기를 맡아 회의가 끝나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정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다보니 방향성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동아리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여러 인사이트를 얻었고, 중요도에 따라 정해야 할 사안들을 정리하고 우선적으로 처리하니 단순 아이디어일 뿐이었던 소모임은 점차 구색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타임라인

지난 두 달동안 소모임을 만들어왔던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보았습니다.

9월

  • 인원 모집

    저희가 가장 먼저 집중했던 일은 소모임의 인원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인원 모집을 위해 주변 지인들을 수소문하고 홍보글을 작성해 단톡방과 에타에 뿌렸습니다.

    1달간의 인원 모집 활동 끝에 저희는 백엔드/프론트엔드/디자인으로 구성된 14명의 부원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 디자이너 모집 당시 사용했던 홍보 템플릿
  • 프로젝트 기획

    인원을 모집하면서 저희는 소모임의 전체적인 기틀을 잡고자 프로젝트와 스터디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의 커리큘럼을 일부 참고하여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개발, 배포까지의 진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 스터디 기획

    모인 인원이 예상보다 많았고 그 중에는 서로 초면인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저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부원들이 소모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스터디를 일찍 열기로 했습니다.

    직군 상관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주 1회 글쓰기 챌린지'와 '갓생살기 챌린지' 2종류의 스터디를 기획했습니다.

10월

  • 소모임 설명회

    인원 모집이 끝난 후 저희는 소모임의 뜻을 모든 팀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모임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구축된 운영 계획에 기반해 소모임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함께하게 될지를 비롯해 소모임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를 하고, 스터디 홍보와 프로젝트 일정에 대한 안내를 하며 설명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소모임 이름짓기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투표를 진행한 결과, BDD(Brighten Development Domain)이라는 이름으로 결정됐습니다.

  • Github Organization, 게더, 팀 블로그 개설

    소모임 내 활동을 관리하기 위한 Github Organization, 소모임 부원 간의 모임 및 소통의 장이 될 Gather, 소모임 프로젝트의 글을 게시하기 위한 팀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 프로젝트 참여 인원 조정

    모집한 팀 구성원 중 방학 중 스케줄에 변동 가능성이 있어 프로젝트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인원이 일부 있었고, 추후 인원 문제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프로젝트에 꼭 참여할 수 있는 인원들로 프로젝트 참여자를 선별했습니다.

  • 간단 학습 가이드 제작

    소속 직군별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 역량을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학습 키워드를 정리하여 팀원들에게 배포하였습니다.

BDD의 핵심 가치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의 BDD는 프로젝트 시작을 위한 첫 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계속 언급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결과물의 완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고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완성해가는 그 '과정'이 어땠느냐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개발 문화를 경험하고 함께 성장을 이루는 것이 BDD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이자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한 소모임의 핵심 요소 3가지가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즐거운 팀 문화

딱딱하고 비즈니스적인 분위기의 팀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함께 있는 것이 즐거운 팀

이를 위해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 닉네임 제도를 도입하고, 프로젝트 첫 회의에 팀원들 끼리 친해질 수 있는 온보딩 시간을 가지도록 기획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우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즐거운 팀 분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팀의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문서화와 지식공유

팀원 간 실력의 격차를 해소하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문화

이를 위해 저희는 '팀 블로그'를 개설하여, 직무 별로 매주 기술 포스트를 1개 이상 업로드 하는 것을 규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작성자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가급적이면 모든 팀원이 글쓰기에 한 번 이상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문서화는 미래의 유지보수를 위한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뿐만 아니라, 문서화를 하는 본인의 학습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문서화는 지식 전파의 한 수단으로서 팀원 전체의 기술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지식 전파는 팀원 간 지식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팀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개개인의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즉 결과적으로 생산성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활발한 교류 활동

구성원 간 서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구축

저희는 명예회원 제도를 마련하여, 졸업한 현직자 선배분들을 명예회원으로 임명하고 소모임 부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했습니다. 소모임 구성원들은 슬랙 잡담 채널에서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고, 커피챗 행사에 참여하여 선배분들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포부와 기대하는 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BDD가 부산 내의 개발자/디자이너 커뮤니티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운영에 힘쓰고 싶습니다.

지식을 얻고 싶은 누구든 소모임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도중 어려움이 생기면 누구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한 임원진은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고 도입해볼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준비 중인 정책으로 앞서 언급한 '명예회원 제도'가 있고, 백엔드<->프론트엔드 또는 개발<->디자인과 같은 타 직군 간의 교류 행사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저희 소모임이 예비 개발자/디자이너들을 위한 성장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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